도리얌 님의 블로그

살아가면서 필요한 정보들

  • 2025. 3. 25.

    by. Doriyam

    목차

      우주를 밝힌 위대한 지성들: 마거릿 겔러 (Margaret Geller)

      1. 우주는 텅 빈 공간이 아니었다

      우주에 별이 있다. 별들이 모여 은하를 만든다.
      그 은하들이 무작위로 흩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마거릿 겔러(Margaret Geller, 1947– )는 그 가정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녀는 우주 전체에 거대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은하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된 필라멘트와 공허한 공간의 패턴을 이룬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우주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발견이었다.


      2. 천체물리학의 입체지도를 그린 사람

      마거릿 겔러는 하버드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70~80년대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CfA)**에서 연구를 시작한다.

      그녀는 은하의 위치를 단순히 평면 상에 찍는 것이 아니라,
      적색편이를 이용해 거리까지 측정하여
      우주의 3차원 지도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좌표계의 개념을 넘어,
      우주의 진짜 구조를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혁신적 방법이었다.


      3. CfA 적색편이 탐사 — 우주 지도 제작 프로젝트

      1980년대, 마거릿 겔러는 동료 존 휴초라(John Huchra)와 함께
      **CfA 적색편이 탐사(CfA Redshift Survey)**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 하늘에 보이는 수천 개의 은하를 관측하여
      • 각 은하의 적색편이값을 측정하고
      • 이를 통해 해당 은하까지의 거리를 계산한 후
      • 3차원 분포 지도로 재구성하는 방식이었다.

      이 결과는 세계 최초의 우주 대규모 구조 지도를 탄생시켰고,
      그 지도 속에는 충격적인 패턴이 담겨 있었다.


      4. 거대한 구조, 그리고 우주의 ‘거미줄’

      은하들은 우주 전체에 고르게 흩어져 있지 않았다.
      그들은 선형 구조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거대한 공허(보이드, void)**가 존재했다.

      이 구조는 마치:

      • 거미줄
      • 비누거품의 막
      • 세포 조직
        처럼, 은하들이 필라멘트 구조를 따라 연결되고,
        그 사이를 비운 듯한 거대한 구멍들이 존재
        하는 형태였다.

      이 발견은 우주가 거대한 입체 구조로 짜여져 있다는 최초의 실질적 증거가 되었다.


      5. 대규모 구조의 의미 — 암흑물질과 초기 우주 이해

      겔러의 발견은 단지 아름다운 우주 지도를 그린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구조는 곧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왜 은하들은 이런 방식으로 모여 있는가?
      • 중력의 영향 외에, 다른 요인이 작용했는가?
      • 이러한 구조는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암흑물질(dark matter)**의 존재를 전제로 해야 했다.
      은하들은 보이지 않는 질량의 끌림에 따라
      초기 우주의 미세한 밀도 요동이 증폭되어 거대한 구조로 성장했다는 것이 현재의 모델이다.

      겔러의 연구는 곧 우주의 대규모 구조 형성 이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6. 은하간 충돌과 진화, 역동적인 우주의 이미지

      겔러는 이후에도 은하 충돌과 병합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은하가 고정된 개체가 아니라 진화하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관측을 결합
      은하들이 충돌하면서:

      • 중심부의 별 형성 속도가 증가하거나
      • 모양이 바뀌거나
      • 활동은하핵이 형성되는 등의 변화 과정을 추적했다.

      이는 천문학자들이 정적인 우주관에서 벗어나,
      동적인 우주 진화 모델
      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7. 대중 과학, 교육, 그리고 여성의 과학 참여

      겔러는 연구자일 뿐 아니라,
      과학 교육과 대중 과학 커뮤니케이션에도 열정적이었다.

      • 다큐멘터리 제작 참여
      • 대중 강연과 칼럼 활동
      • 여성 과학자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그녀는 말한다:

      “과학은 누구의 것도 아니며, 우주에 대한 질문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겔러는 스스로를 ‘우주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녀는 우주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누가 그것을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
      도 던졌던 사람이다.


      8. 결론: 우주라는 캔버스 위에 구조를 그린 사람

      마거릿 겔러는 망원경으로 하늘을 본 것이 아니라,
      그 하늘의 깊이와 밀도, 연결과 공허를 보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난 우주 지도는,
      무작위로 점 찍힌 별들의 모음이 아니라
      거대한 생명체처럼 맥박치고 호흡하는 구조였다.

      그 구조를 알게 되면서
      우리는 더 이상 혼란스럽고 무의미한 공간 속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정교한 패턴 속에 속한 존재
      라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우주의 지도를 바꾼 사람이 아니라,
      우주를 보는 방식을 바꾼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