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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별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은 사람
우주는 조용한 공간 같지만,
사실 그 안엔 초당 수백 번의 박동으로 울려 퍼지는 별의 심장소리가 숨어 있다.
이 신호를 처음 들은 사람은 라디오가 아닌, 인간의 눈이었다.조셀린 벨 버넬(1943~ )은 천문학 역사상 최초로 ‘펄사(Pulsar)’를 발견한 인물이다.
그녀는 별의 죽음에서 나온,
우주에서 가장 규칙적인 전파 신호를 해석하며
전파천문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
2. 망원경을 직접 짓던 대학원생
1965년, 조셀린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한다.
지도교수는 전파천문학자 앤서니 휴이시(Antony Hewish).
그들은 퀘이사(quasar)의 전파 변동을 연구하기 위한 새로운 망원경을 건설하고 있었다.이 망원경은 오늘날처럼 버튼 하나로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었다.
조셀린과 동료들은 직접 200km 길이의 케이블을 땅에 깔고, 기둥을 박고, 안테나를 설치했다.
무려 6개월 동안의 육체노동 끝에 망원경이 완성되었다.그녀는 이 장비를 통해, 하루 수십 미터에 달하는 전산 출력 종이를 일일이 분석하며
이상한 전파 신호 하나에 주목하게 된다.
3. 별에서 온, 초정밀 신호
그 신호는 마치 심장박동처럼 규칙적이었다.
- 주기는 정확히 1.33초
- 강도는 일정
- 몇 주 동안 같은 위치에서 반복 수신
처음에는 지구 내 전파 간섭이나 장비 오류로 의심했지만,
그 어떤 설명으로도 이 신호를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신호를 ‘작은 녹색 인간(LGM: Little Green Men)’이라 장난스럽게 불렀지만,
곧 자연적 기원이 있을 것이라 믿고 관측을 이어갔다.결국 이 신호는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에서 나오는 전파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펄사 발견이었다.
4. 펄사란 무엇인가?
별은 수명을 다하면 폭발한다.
태양보다 몇 배 더 무거운 별은 **초신성(supernova)**으로 죽으며,
그 잔해는 **중성자별(neutron star)**로 수축된다.중성자별은 지름 20km 남짓,
그러나 태양보다 무거운 질량을 가진 초고밀도 천체다.
이 천체가 빠르게 자전하며 강력한 전자기장을 방출하면
그 에너지가 빛처럼 전파 형태로 지구까지 도달한다.이 전파는 마치 등대처럼 일정한 주기로 깜빡인다.
이것이 바로 **펄사(Pulsating Radio Source)**이다.조셀린은 지구에서 이 등대의 불빛을 처음으로 알아본 사람이었다.
5. 노벨상 논란과 조용한 품격
펄사의 발견은 전 세계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조셀린의 지도교수였던 앤서니 휴이시는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마틴 라일과 공동 수상)하지만 조셀린 벨 버넬의 이름은 수상 명단에 없었다.
이 일은 지금까지도 과학계의 대표적인 ‘공로 누락’ 사례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박사과정 학생이 노벨상을 받는 건 드문 일입니다. 제겐 이미 큰 보상이 주어졌어요 — 저는 발견을 했고, 그게 남았으니까요.”
그녀는 명예보다 발견의 가치 자체를 더 중시한 과학자였다.
6. 여성 과학자의 길을 열다
조셀린은 이후에도 전파천문학과 고에너지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 과학자의 대표 목소리로서
수많은 후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영국왕립학회 최초의 여성 회장 후보
- 다양한 과학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
- 젊은 여성 과학자를 위한 장학기금 설립
- 성평등과 과학 접근성에 관한 강연 지속
그녀는 단지 펄사를 발견한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을 모든 이에게 열어주려 한 사람이었다.
7. 천문학에 남긴 유산
조셀린 벨 버넬이 발견한 펄사는 이후 천문학에서 엄청난 역할을 한다.
- 중성자별 연구의 핵심 자료
- 일정한 주기를 이용한 우주 시계
- 중력파 연구에서 기준 신호로 활용
- 블랙홀 탐색, 퀘이사 분석에 응용
- 우주망(Cosmic web) 구조 이해에 기여
그녀가 처음 포착한 전파는
오늘날 수천 개의 펄사 발견으로 이어졌고,
그 하나하나가 우주 진화의 퍼즐 조각이 되었다.
8. 결론: 등대의 불빛을 따라간 사람
조셀린 벨 버넬은 우주의 어둠 속에서
별의 심장박동을 읽어낸 사람이었다.
그녀는 불완전한 장비, 편견, 차별 속에서도
**과학의 본질인 ‘관찰과 의심, 그리고 끈기’**로 진실에 도달했다.그녀가 발견한 전파는 단지 신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주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
그리고 그것을 들으려는 인간의 귀였다.그녀가 수상하지 못한 노벨상보다 더 빛나는 것은,
지금도 우주 어딘가에서 펄스처럼 반짝이고 있는 과학의 불빛이다.'천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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