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얌 님의 블로그

살아가면서 필요한 정보들

  • 2025. 3. 24.

    by. Doriyam

    목차

      우주를 밝힌 위대한 지성들: 에드윈 허블 (Edwin Hubble)

      은하의 경계를 넘다

      1923년, 한 남자가 밤하늘을 향해 망원경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단순한 별을 넘어서, 우주의 끝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곧 전 인류의 우주관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발견을 한다.
      이름하여 — “우리 은하 바깥에도 은하가 있다.”
      그리고 곧 이어진 선언 —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그의 눈을 통해 우주는 처음으로 끝없는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빅뱅 우주론의 시대가 열렸다.


      천문학 이전에 운동선수? 복잡했던 청년 시절

      에드윈 허블은 1889년 미국 미주리에서 태어났다.
      소년 시절부터 그는 운동과 학문을 모두 잘하는 전형적인 수재였다.
      옥스퍼드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박사학위는 천문학이 아닌 법학이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운명은 밤하늘 속에 있었다.

      그는 결국 천문학으로 방향을 틀고, 시카고 대학과 예르크스 천문대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1919년,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망원경이 있던 곳 — 캘리포니아의 윌슨 산 천문대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100인치 후커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가 아니었다

      1920년대 초, 천문학계에는 하나의 큰 논쟁이 있었다.
      “우주에는 우리 은하밖에 존재하지 않는가, 혹은 외부 은하도 존재하는가?”

      당시 많은 학자들은 하늘에 보이는 모든 성운(nebula)이 우리 은하 안에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허블은 이 가설에 의문을 품고, **가장 큰 의문점이던 '안드로메다 성운'**을 조사한다.

      1923년, 그는 안드로메다 성운 안에서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을 찾아낸다.
      이 별은 밝기의 주기를 통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 촛불’ 같은 존재였고,
      허블은 이를 바탕으로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에서 훨씬 먼 곳에 있음을 계산해낸다.

      즉, 안드로메다는 ‘성운’이 아니라 ‘은하’였던 것.
      이것은 곧, 우리 은하는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역사적 발견이었다.


      우주는 정지해 있지 않다 — 허블의 법칙

      허블의 발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여러 은하의 스펙트럼을 관측하며 빨간편이(redshift) 현상에 주목했다.
      빨간편이는 멀어지는 물체의 파장이 길어져 붉게 보이는 현상으로, 이를 통해 은하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허블은 이를 수학적으로 정리해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표현한다.

      v = H₀ × d
      (v: 은하의 후퇴 속도, d: 거리, H₀: 허블 상수)

      이것이 바로 오늘날도 사용되는 **허블의 법칙(Hubble's Law)**이다.
      그 핵심은 단순하다 —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정지된 우주에서 움직이는 우주로

      이 발견은 단순한 속도 측정이 아니었다.
      이는 우주 전체가 정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팽창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였다.
      즉, 우주는 과거에 훨씬 더 작았으며, 어딘가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시작점, 우리가 오늘날 **빅뱅(Big Bang)**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한때 자신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정적인 우주’를 전제로 했기에 우주 상수를 추가했지만,
      허블의 발견 이후 그는 그것을 철회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 생애 가장 큰 실수였다.”


      허블의 망원경, 우주의 창

      에드윈 허블의 이름은 1990년 지구 궤도에 띄운 **허블 우주 망원경(HST)**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 망원경은 대기 간섭 없이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인류 최초의 우주 망원경으로,
      허블이 꿈꾸었던 ‘우주의 심연을 직접 바라보는’ 도전을 현실로 만들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이후:

      • 수천 개의 외부 은하 사진 촬영
      • 별의 탄생과 죽음 과정 관측
      • 블랙홀,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연구에 결정적 단서 제공
      • 우주의 나이와 구조에 대한 정밀한 측정

      등을 통해 현대 천문학을 질적으로 도약시킨 주역이 되었다.


      허블의 우주, 우리 시대의 하늘

      허블은 단순히 은하 하나를 발견한 것이 아니다.
      그는 우주라는 개념 자체를 확장했고, 그 구조와 역사에 질문을 던지게 만든 사람이었다.

      그의 업적은 단지 천문학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의 기반이 모두 그의 발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자신이 속한 은하 하나만을 우주라 착각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무리하며: 눈앞의 별이 아니라, 우주의 구조를 본 사람

      에드윈 허블은 망원경으로 별을 본 것이 아니라,
      별들 사이의 거리,
      그 거리의 변화,
      그 변화 속에서 발견한 우주의 진실을 본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말없이 알려준다.
      “우주는 멈춰 있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그의 망원경은 멈췄지만,
      그의 시선은 아직도 우주의 끝을 향하고 있다.